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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의 현실


엊그제 이글루스에서 낙태에 관해 한바탕 키보드 배틀이 벌어진 모양인데, 역시나 "신난다! 일단 여자 까고 보자!" 라는 비로그인 악플러들이 몹시 설쳐대더군요. 얼마나 평소에 스트레스 쌓인게 많았으면 저렇게 악에 받쳐 떠들어대나 싶어서 좀 불쌍하긴 한데...ㅡㅜ

낙태의 현실에 관해 몇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 임신도 낙태도 여자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수태고지 받은 마리아도 아니고 애 아버지 없이 애가 생길리가...연간 30만명이 낙태된다고 하면, 낙태한 여성도 30만명, 자기 자식 죽든지 말든지 모른척하고 도망갔거나 애 떼라고 종용한 남자도 30만명. 법률에서 정해진 사유외의 이유로 낙태한 여성도 범법자(시각에 따라 살인자), 낙태를 묵인하거나 종용한 남자도 범법자(남자도 방조혐의로 범법에 해당됩니다. 임신한걸 몰랐으면 몰라도). 무조건 여자탓으로 돌리는거 보면 참 신기합니다요. 애는 무조건 여자 책임이라고 할거면 애한테 여자성을 붙이건, 여자 혼자 애 키우건 말건 참견을 하질 말든가.

- 기혼녀 낙태가 더 많다.

   보건복지부 낙태관련 통계의 원본 보도 기사는 못 찾고 인용 기사(클릭)에 따르면 낙태의 60%는 기혼여성. 과반수. 그런데도 이상하게 낙태 문제만 나오면 다 방종하고 타락한 미혼여성들 탓이라고 마치 낙태는 미혼여성들만 하는 것처럼 공격을 하는데...미혼여성이 낙태하면 살인이지만 기혼여성이 낙태하면 살인이 아니라는 이중잣대일까요. "낙태한거 남편한테 숨기지나 말아라!!!"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안타깝게도 낙태 여성의 60%는 남편이 이미 다 알고 있고, 낙태하도록 종용하거나 묵인했다는 결론이라능. 그런데도 낙태문제 나왔을때 기혼녀 낙태에 관해 이야기하는건 거의 본적이 없음...

- 낙태는 자신과 거리가 먼 타락한 여자들이나 하는 것?

 얼마전에 화제가 되었던 결혼 적령기 남녀성비 기사(클릭)에 따르면 남녀성비차가 그야말로 재앙수준.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① 여자아이들만 걸리고 치사율이 높은 치명적인 전염병이 돌았기 때문
② 여자아이들만 잡아죽이는 연쇄살인마가 기승을 부렸기 때문
③ 전쟁이나 기타 다른 이유로 여자아이들만 잡아죽이는 대규모 학살극이 벌어졌기 때문
④ 저 기사를 보며 "아 장가가기 힘들겠다. 국제 결혼해야하나."라며 한숨짓고 있는 남성들의 부모님들중 상당수가 딸 낳기 싫어서 그 남성의 누나를 뱃속에서 죽였기 때문

정답은?




물론 저런 현실을 인정하는 것보다 눈 감고 귀 막은채 모든 걸 다 여자탓으로 돌리면서 욕하면 양심의 가책도 안 느끼고 골치아플 일도 없고 신나고 편하기야 하겠지요. 그럼 그 마음 간직한채로 평생 여자를 가까이하지 말고 여자욕만 하고 살아주시길 바람(..)
by TerryLV | 2009/10/28 20:22 | 남과여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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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pic at 2009/10/29 09:42
각박한 현실이죠
Commented by 분홍북극곰 at 2009/10/30 14:45
맙소사 낙태- 라는 문제를 가지고 키보드 배틀이라뇨!!!
이제 갈때까지 간건가요!!

아아 안 찾아보는게 낮겠어요..-_- 맙소사 맙소사
Commented by 꿀풍 at 2009/10/31 20:44
평소 이 블로그를 즐겨 찾고 '남과 여' 카테고리의 글들을 관심있게 보고 있습니다.

저도 이 글에 공감을 많이 느끼고 있어서, 이 글과 관련된 글을 제 블로그에 쓰고 싶은데(이걸 트랙백이라고 하나요??) 이글루를 써본지 얼마 안 되는 초짜 사용자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확실히 낙태 얘기만 나오면 "모든 것은 다 여자탓~ 성경험 많은 요즘 젊은년들 탓~" 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이라고 쓰고 ㅄ이라 읽는다)들이 많이 설쳐대지요..
생각들은 해보지도 않고 함부로 말하지요...
테리님 말씀대로 "여자에게 피해를 많이 본 듯한" 악플러 애들 뿐 아니라 "여자에게 피해볼 일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나 같은 여자들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아 많이 안타까워요.

저는 아직 어린 학생입니다만, 어머니를 비롯한 주위 성인 여성분들이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경험이나 의견을 말해주셔서, 낙태 문제가 "정조 의식 없이 아무 남자하고나 성관계 맺기에 익숙한 젊은 미혼 여성들" 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테리님이 써주셨듯이) 낙태에 관한 세상의 편견과는 다르게 낙태는 미혼 여성들보다는 기혼 여성들 사이에서 더 많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사실 저를 비롯해서 제 또래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들은 예전에 어머니가 "얘를 지울까 말까"로 고민해서, 고민 끝에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게 된 행운아들이었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저를 가졌을 때 천식을 갖게 되셨고, 임신 중 천식 때문에 너무 힘드신 나머지 낙태를 고려해 본 케이스죠(저를 낳지 말자고 하신 분은 저희 아버지셨답니다.. 어머니가 너무 힘들어하셔서 그랬다고 해요, 이해합니다 ㅜ).

알고 보니 저랑 같이 다니는 친구들도 다들 비슷한 경험 끝에 태어난 녀석들이더라구요.
많은 아이들이 지워질 뻔한 경험을 갖고 있었습니다. 저 같은 친구들은 대부분 어머니의 '결단'으로 이 세상에 무사히 나왔죠. 낙태를 종용한 것은 대부분 아버지들이었구요.

(친구들은 이 대목에서 남녀를 막론하고 어머니의 결단에 경의를 표하고 아버지를 원망했죠...)

이런 많은 어린 학생들의 경우만 보더라도(참고로, 저희는 대부분 1992년도생입니다..), 기혼자들의 낙태나 낙태 시도가 상당히 많으며, 기혼 낙태의 대부분이 남편이나 타인의 종용에 의해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텐데, 왜 다들 아직도 낙태 하면 젊은 "여성"들의 방종으로 인해 벌어지는 태아 살해 행위로만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낙태를 장려하자는 것도 아니고, 기혼 여성들의 낙태가 더 많으니까 젊은 여성의 낙태는 죄가 아니다, 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낙태에 반대하는 입장이고, 낙태는 줄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 낙태에 대해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시각이 팽배해 있고, 더욱 문제인 것은 그걸 자라나는 새싹들이 아무 비판적 생각 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어린 남자 아이들이, 이런 잘못된 생각을 받아들여 아무 거리낌 없이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글루에서 이 문제로 키보드 배틀을 벌였다는 비로그 사용자들은 어쩌면, 이런 잘못된 생각을 주입당한 불쌍한 아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덧붙여 더욱 기가 막히는 일은 낙태를 고려해 본 적이 있는 기혼자들, 특히 기혼자 남성들이 자기들 생각은 못하고 역시 낙태를 '미혼녀들의 방종이 빚어낸 문제'로 몰아갈 때입니다... 가부장적인 남아선호 현상 때문에 멀쩡한 딸을 죽일 생각을 했던 아버지가, 딸 앞에서 '낙태는 더럽게 몸을 굴리고 책임지지 못할 애를 가진 년들이 저지르는 거야! 몸간수 똑바로 해라!'라고 윽박지르는 장면이 나오면 정말 할 말이 없죠(이런 사람들이 키보드를 잡으면...?)

역시, 낙태에 대해 '무조건 젊은 여자탓'으로 몰아가는 시각은, 뭐든지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하는' 이기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덧붙여 그런 시각을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기 합리화에 이용하는 행위를 그만둬야, 아무렇게나 떠들어대는 피해망상 환자 혹은 인터넷 악플러가 생기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쓰다 보니 덧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아무튼, 좋은 글 올려주신 주인장님 고맙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었던 부분을 속 시원하게 집어주셨네요. 어서 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더 이상 낙태를 여자 탓으로 몰아가는 못된 발상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좋은 저녁 되세요.

(앞으로 종종 놀러오겠습니다.)


Commented by 데빈 at 2009/11/06 20:28
링크된 기사에 나오는 장가 못가는 도시 총각 한명 여기있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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